목사의 마음/ 낮아짐의 겸손이 살리는 공동체
공동체를 흔드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큰 박해나 위협만은 아닙니다. 바울은 빌립보서 2장에서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더 깊은 뿌리가 다툼과 자기를 드러내는 허영, 그리고 ‘내가 옳다’는 자기중심성에 있다고 말합니다. 그러면서 바울은 교회가 연합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이나 전략에 있는 것이 아니라, “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”(빌 2:3)고 말합니다. 겸손은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자기 비하의 태도가 아니라, 내 마음의 중심에서 ‘나’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영적 결단이고 힘입니다. 공동체는 많이 말하는 사람보다 먼저 낮아지는 사람을 통해 살아납니다.
앤드루 머레이는 ‘겸손’이 그리스도의 가장 두드러진 성품이자 모든 덕의 뿌리라고 말하며, 그 근거를 빌립보서 2장 6~11절에서 찾습니다. 그는 참된 겸손이란 스스로를 비워 하나님께 전적으로 순종하며 의지하는 자리라고 말합니다. 예수님은 권리를 주장하실 수 있는 분이셨지만, 오히려 종의 형체를 입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. 복음의 영광은 높아지심 이전에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낮아지심에 있습니다. 죽지 않으면 부활의 영광은 없습니다. 그러므로 신앙의 성숙은 더 많이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, 더 기꺼이 내려놓는 데서 드러납니다. 주님을 닮는 길은 위로 오르는 길이 아니라, 아래로 내려가는 길입니다.
본회퍼는 그의 대표작 『성도의 공동생활』에서 공동체는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할 이상이 아니라,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이미 주신 현실이라고 합니다. 그렇다면 우리는 완벽한 공동체를 요구하기보다, 은혜로 주어진 공동체 안에서 먼저 나를 내려놓는 회개가 있어야 합니다. 이제는 내 권리 하나를 내려놓아 보십시오. 변명할 권리, 서운함을 붙들 권리, 끝까지 이기려는 권리 등을 말입니다. 권리를 내려놓는 그 작은 순종이 원망과 시비를 멈추게 하고, 그리스도의 마음이 우리 가운데 다시 흐르게 할 것입니다.
“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”(빌 2:5). 손일 목사 드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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